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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donesia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

by coconut wood 2022. 6.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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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부자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이란 영화가 있었다. 동남아에서도 특히 싱가포르 지역의 아시아 부자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였다.

영화의 줄거리는 그렇다 해도 우리에겐 생소한 부자들의 이야기를 다룬다는 점에서 흥미를 끌었고 한국계 배우인 켄 정이 출연하여 기억에 남았다. 사실 이 영화에서 다룬 부자들의 삶도 별 다른 점을 느낄 수 없었다. 우리가 편의점에서 담배 사듯 영국 호텔을 사는 것? 일론 머스크도 트위터를 사는 느낌으로 돈이 많으면 그럴 수 있지 하는 느낌이다. 싱가포르의 마리나 베이 센즈 호텔 수영장을 전세 내는 것 또한 그럴 수 있다. 호텔 측에서 전세를 내주냐는 문제가 있지 비용은 문제가 아닌 것이다. 이런 행동들은 모두 우리가 짐작할 만한 행동들인 것이다. 재벌도 평생을 놀기 위해서나 남을 놀라게 할 목적으로 살아온 사람은 아니기에 하는 행동은 특별히 일반인과 다르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다.

인도네시아의 재벌 중 한 명이 허름한 노포에서 혼자 식사를 하는 장면이 한때 현지에서 뉴스가 된 적이 있었다. 우리나라도 재벌이 오래 된 노포에 가서 식사를 하고 인스타에 사진을 올릴 수도 있지만 여기에서는 혼자 갔다는 것이 포인트였다. 그리고 그는 식당 주인의 말에 의하면 벌써 수십 년째 방문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사적이든 공적인 일이든 재벌인 그가 한 끼에 몇백만 원씩 하는 음식도 얼마든지 접했으리라 본다. 현지의 중국 식당에는 실제로 그런 비싼 메뉴들이 있다. 이런 음식들은 실제 맛보다도 재료의 희귀성을 주로 내세우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바닷가의 제비들은 집을 빼앗기는 것이다. 현지의 바닷가에 허름한 호텔이 하나 있는데 투숙객이 많지 않아 빈 객실이 많았다고 한다. 어느 날 호텔 방 창문을 통해 객실에 무단 침입한 바다 제비가 집을 지었다고 한다. 호텔 사장은 바로 그 방을 폐쇄하고 출입을 통제했다고 했다. 투숙객을 받는 것보다 제비집을 파는 것이 훨씬 이득이란 이유에서였다. 어쨌든 이 재벌은 그런 제비집 요리보다 작은 식당에서 파는 국수가 더 끌렸나 보았다. 인간은 오래 기억된 맛에 끌리는 모양이다. 우리나라에 와서 편의점에서 과자를 보면 모르는 신상품도 물론 있지만 대걔는 오래전부터 있는 제품인 것이다. 물론 워런 버핏도 혼자 맥도널드 햄버거를 먹는다. 돈은 그가 훨씬 많을 것이다. 하지만 현지의 부자들의 행태 아마도 아시아의 행태는 비슷할 것이다. 체면을 중시하는 것이다. 그래서 현지인 커뮤니티에 화제가 되었던 것이다.

현지의 재계 순위를 보면 공통으로 보이는 키워드가 있다. 화교가 그렇다. 동남아 경제는 화교가 쥐고 있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닌 것이다. 그리고 순위의 상단에 위치한 기업들은 내수 기업이 대부분이다. 한때 이런 말도 나돌았다. 수하르토가 정권을 잡으면서 친한 인사들에게 수입권을 하나씩 나눠줬다는 것이다. 누구에게는 밀가루 수입 권리를 누구는 설탕 수입 권리를 주는 식으로 나눠주니 거대한 인구가 소비하는 물품을 독점하게 되므로 재벌이 안될래야 안될 수가 없는 구조였던 것이다. 거기서 모은 자본을 바탕으로 담배 회사를 차린다. 담배는 또 엄청 피워대는 것이 인도네시아인 것이다. 남녀노소 불문하고 어디서나 담배를 피워댔던 것이다. 아무데서나 담배를 피우던 그 시절에도 제일 짜증 나는 것은 엘리베이터에서 피는 것이었다. 현지의 담배 공장에 출장 온 사람을 만난 적이 있었다. 공장의 제조라인 한 라인을 증설하려고 왔다는 것이다. 웬만한 일은 인력으로 하는 인도네시아에서도 담배 제조는 자동으로 한다. 라인의 증설 비용이 천문학적인 금액이어서 놀랐는데 더욱 놀라운 것은 그 증설 비용을 담배를 팔아 충당하는 기간이 너무 짧았다는 것이었다. 한마디로 돈을 찍어 내는 기계였다. 인도네시아 재계 순위를 보면 담배 회사가 상위를 줄줄이 포진해 있는 것이다. 담배를 번 돈으로 소비재 사업이나 금융 사업이나 부동산 사업을 한다. 재벌들이 하는 모든 것이 내수 사업이다. 그럼 수출은 하지 않는가라는 의문이 생기는데 수출은 주로 한국 기업 및 외국 기업이 진출해서 하는 것이다. 쉽게 버는데 익숙한 현지 재벌이 나서기에는 제조업으로 수출을 한다는 것은 너무 손이 많이 가는 업종인 것이다. 수출은 자원을 수출하는 것과 인적 자원을 이용하여 제조한 물품을 수출하는 것이 있겠다. 자원은 소진될 때까지 계속할 것이며 인적 자원을 이용한 수출은 다른 국가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지는 순간 타 국가로 이전하는 법이다.
인적 자원을 이용한 제조업은 이미 베트남으로 옮긴 상황이고 거기서도 다른 국가로 옮기는 상황이니 현지의 제조 경쟁력은 발전하기 요원한 상황인 것이다.
이야기가 딴데로 샌 것 같은 느낌이 있다면 맞다.



일본인 친구가 만난 재벌


알고 지내는 일본인 중에 인테리어를 전문으로 하는 사람이 있었다. 어느 날 그가 현지 재벌 회장의 부름을 받았다. 회장이 자신의 주택 정원을 일본식 정원으로 꾸미고 싶다는 거였다. 사실 그 일본인 친구는 일본식 정원에 대해 아는 것이 없었다. 물론 경험도 없었다. 다른 사례로 현지의 일식집에 가면 일본인 주방장이 항상 일식 고수의 풍모를 풍기며 팔짱을 끼고 서 있었다. 미스터 초밥왕에 나올 법한 일식 전문가의 분위기를 풍기는 것이었다. 일본인 친구의 말에 따르면 그 주방장은 일식에 대해 거의 모르고 사실 이탈리아 요리 전문이라는 것이었다. 그걸 얼굴마담이라고 불러야 하는지 모르겠지만 확실히 이미지 제고의 효과는 있었다. 어쨌든 그 친구는 재벌 회장이 부르니 나갔다고 했다. 뭔가 콩고물 냄새가 나는 상황이었다. 도시 외곽의 회장의 수많은 저택 중 한 곳에 일찌감치 도착했다고 한다. 그가 소유하고 있는 옷 중 가장 격식에 맞는 옷을 입고 그래 봤자 바틱이라는 현지 전통 의복이었지만. 시간이 되자 회장의 비서진인지 휴일에 끌려온 임원진인지 모르겠지만 십여 명이 도열해 기다렸다고 한다. 이윽고 회장은 현지인들도 개나 소나 타는(소는 모르겠지만 개는 확실히 탄다) 국민차 비슷한 걸 타고 왔다고 한다. 일본인 친구는 회장 차인지 모르고 길 닦아 놓으니 믹스견이 왔네라는 식으로 누가 제지 안하나고 생각했다 한다. 회장은 반팔 러닝셔츠에 쪼리를 신고 차에서 내렸다. 돈이 있어 좋은 점은 명품으로 몸을 두르는 게 아니라 누구의 눈치도 볼 필요가 없다는 것일 것이다. 


현지에서 플렉스 하는 법


부자들의 내밀한 세계는 심층 취재를 하지 않는 한 알 수가 없다. 보이는 모습으로 유추할 뿐이다. 

요즘에는 SNS의 발달로 플렉스 한 것을 영상으로 올리면 된다. 명품이나 고급 차량 아니면 개인 제트기를 올리면 되니 부를 과시하는데 그리 수고가 들지 않는다. 이전에는 그렇지 않았다.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을 전세내서 가족끼리 보내면 플렉스가 되지 않는다. 볼 사람이 없는 것이다.
그래서 가족 행사를 잘 나가는 장소를 잡아 행사를 해야 했다. 통째로 임대하는 것은 안 될 일이다. 민간인도 와서 봐야 하기에 일부분을 임대해야 했다. 이것이 어느 나라의 문화인지는 모르겠으나 여자아이가 만 15세가 되면 생일 파티를 거하게 하는 풍습이 있었다. 현지인들도 생일 파티를 잘 챙기는 편이다. 회사에서도 누구 생일이 되면 케이크이라도 사 와서 나눠 먹는 것이 다반사이다.
여자아이는 공주같이 드레스를 입고 보통은 핑크 드레스를 입었다. 일가 친척과 친구들까지 다 모인 듯했다. 어디까지가 친족의 범위인지 모르겠으나 현지는 일가친척이 하여튼 엄청 많다. 현지인들은 일가친척 중에 그나마 성공한 사람이 있으면 모두 그 집으로 몰려와 산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우리는 사촌이 땅을 사면 배만 아프지 그 집에 가서 숙식을 해결하진 않는다. 
이런 행사에는 사회자도 있다. 이 사회자는 일가 친척중 한 명이 아니라 비용을 들여 초빙한 프로인 것이다. 행사장 한쪽 에는 프로젝터로 대형 영사막에  행사의 주인공인 소녀의 길지 않은 인생을 보여준다. 결혼식에 나올 법한 대형 케이크를 자르고 환호하고 가라오케로 노래를 하는 등 특이할 것 없는 이벤트를 한다. 이런 일들을 기억하는 이유는 그만큼 이런 행사가 자주 일어났다는 방증이다. 오래간만에 주말을 맞아 시내의 유명한 레스토랑에 가서 즐기는데 이런 행사가 보이는 것이다. 이런 행사 때문에 선량한 시민이 자리를 잡기가 힘든 것이다. 안 그래도 손님이 많은 주말 오후이다. 이렇게 남들의 불평이 싹트는 가운데 그들만의 플렉스가 이어지는 것이다.


이런 플렉스는 전연령 관람가의 플렉스이고 미성년자 관람 불가의 플렉스도 있다.


시내의 클럽에서 하는 플렉스가 그것이다. 시내의 잘 나가는 클럽에 가면 항상 사람이 많았다. 

주말만 그런 것이 아니라 평일에도 사람이 많았다. 게다가 그런 곳은 입장객 제한이 있었다. 

최대 입장객을 정해 놓고 그 인원이 차면 더 이상 손님을 받지 않는 것이다. 그러면 하릴없이 밖에서 대기해야 하는데 안에서 인원이 빠져 나가면 그 인원수만큼 다시 입장을 시키는 구조였다. 그렇게 힘들게 들어가 보면 물론 사람이 꽉 차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곳이 있었다. 한쪽에 있는 VIP 전용 구역이었다. 힘들게 대기했다 들어 간 사람은 애꿎은 직원에게 불만을 가지게 된다. 저기 VIP 구역은 어떻게 이용하느냐고 물어본다. 돔 페리뇽 정도는 몇 병 시켜야 갈 수 있는 가격에 병맥주를 쥐고 있는 손이 괜히 부끄러워진다. 그런 곳을 이용하는 사람은 보통 젊은 층이었다. 우리가 그것을 아니꼽게 보는 것은 그들이 쓰는 돈이 그들이 번 돈이 아니기 때문이라는 심증이 있기 때문이었다. 부러워서 그런 것은 아니었다. 최소한 우린 우리가 번 돈을 쓰고 있다고 자부하고 있었다.


현지의 국제 학교는 원래 외국인을 위한 학교이지만 일정 비율로 현지인을 받기도 했다. 학교마다 다르겠지만 현지인은 금전적인 기여로 입학을 하게 되는 일이 많을 것이다. 우리가 흔히 얘기하던 쟤는 저 도서관 지어주고 입학했어 같은 유형이다. 어쨌든 그런 경로로 들은 얘기인데 학교의 누가 급한 이유로 지방에 갈 일이 있는데 비행기 편을 못 구했는데 그 이야기를 들은 현지인 아이의 학부모가 자기 집의 전용기를 내어 줬다고 했다. 그 얘기를 듣고 왠만한 일에는 반응이 없이 시들했던 우리도 감탄을 했다. 사실 전용기를 가지고 있는 입장에서는 딱히 쓸 기회가 없을지도 모른다. 비행기가 있다고 가고 싶은 곳에 공항과 활주로가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비행기도 우리가 알지 모르는 규정이 있을 것이다. 일정기간 이상 비행을 하지 않은 상태로 있으면 안 된다고 하는 따위가. 하여간 플렉스를 하려면 그 정도는 해야 일말의 관심을 받을 것이다. 생일 파티에 마이클 잭슨이 와서 공연한 사람도 있는 것이다. 물론 그가 국왕이기는 하지만.

 

한국인의 플렉스

2002년 월드컵이었다. 8강전에서 한국이 이겼다. 우리는 한식당에서 전 직원이 같이 관전하고 있었다. 경기가 끝나고 주차장에서 회사의 대표는 기사들에게 돈을 뿌렸다. 회사 대표 정도 되면 지갑에 고액권만 가지고 다니는 법이다. 지갑 안에 있는 돈을 다 빼서 뿌린 것이다. 누구는 인간 비하냐 갑질이다라고 할 수 있는 행동이었다. 하지만 아무도 비난하지 않는 갑질이었다. 현지의 식당에 가면 바쁜 종업원들을 굳이 모두 불러 팁을 나눠주는 한국인이 있다. 빠진 종업원이 없는지 알뜰하게 챙기기도 한다. 아는 사람 하나는 술에 취해 귀가하면 아파트 로비에서 경비들에게 팁을 나눠준다. 귀가하기 전에 갔던 업소와 혼동을 했기 때문이었다. 경비가 웨이터로 보였기 때문이었다. 와이프에게 걸리면 죽음...

 

돈이 풍족하면 마음도 관대해진다고 보통 이야기한다. 자신을 돌아봤을 때 확실히 그런 것 같다. 작디작은 월급이라도 받는 날에는 스스로가 관대해 지는 기분이 드는 것이다. 직원이 실수를 해도 다음부터는 조심하라며 다독여주는 것이다.

우리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돈이 많은 사람이 전혀 관대하지 않은 것은 돈에 대한 개념이 사라졌거나

마음속에 관대함이 나올 수 없을 정도로 말라 비틀어졌거나일 것이다.

영화 300에 나오는 많이 가지고 있는 페르시아의 왕은 말한다. " 나는 관대하다 "

나도 그렇게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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