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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donesia

인도네시아에서 입는 것

by coconut wood 2022. 6.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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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틱에 대하여

인도네시아에 살며 편리한 점을 꼽으라고 하면 의복을 꼽을 수 있다. 일 년 내내 기온이 비슷하기에 우리나라와 같이 계절에 맞춰 옷을 장만할 필요가 없다. 극단적으로 면티 하나로 오늘 입은 옷을 저녁에 빨고 다음날 아침에 입는 식으로 살 수도 있다. 하지만 빨래를 자주 하면 옷이 빨리 상한다는 단점도 있을 수 있다. 그리고 현지의 물의 상태가 그런지 옷감이 빨리 상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게 된다. 하지만 보통은 옷감이 상해 버리기 전에 담배 불똥이 떨어지거나 술자리에서 음식물을 쏟아 얼룩이 심하게 져서 버리게 되니 안심하자.


예전 수하르토 시절에 인도네시아에서 APEC정상 회의가 있었다. 아시아 태평양 경제 협력체라는 뜻으로 가입한 국가의 정상들이 모여 사진 한 번 찍고 마는 회의를 하는 것이다. 보통 개최국의 전통 복장을 입고 각국 정상들이 모여 기념 촬영을 하는 것이다. 인도네시아가 개최국이었던 이 해에는 당연히 인도네시아 전통 복장을 입었다.

이것이  바틱(Batik)이라고 하는 인도네시아 의상이다.
인터넷을 찾아 보면 사진을 볼 수 있겠지만 제목 자체가 Awkward Apec fashion (어색한 Apec 패션)되겠다. 

미국 대통령 클린턴도 참석했고 우리의 영삼옹도 참석해 사진을 남겼다.
이때 빌이 머물렀던 곳이 자카르타의 하이야트 호텔이었고 빌과 가까운 곳에 머물고 싶었던 영삼옹은 하이야트에 묵고 싶었으나 빈 방이 없어 맞은 편의 만다린 호텔에 묵었다는 전설이 있다.
이 의상을 두고 미국의 한 상원의원은 저런 옷을 입어야 된다면 대통령도 하지 않겠다 라는 카더라 통신도 있었다. 

어쨌든 바틱의 모양이야 일반 셔츠와 별반 다르지 않지만 그 독특한 무늬로 인해 외국인 눈에는 어색하게 보였나 보았다. 나도 정상적인 패션 감각을 지니고 있었기에 절대 바틱을 입지 않았다. 현지에서는 전통 복장이니까 평소에 입고 다녀도 무리가 없고 좋은 점은 공식 석상이나 비즈니스 미팅 시에 입어도 실례가 되지 않기 때문에 여러모로 편리한 구석이 있다.


바틱도 제품에 따라 우리나라 한복과 같이 엄청나게 고가인 것도 물론 있다. 시내 고급 명품관에도 입점해 있는 바틱 전문 매장도 있다. 싱가포르 항공의 스튜어디스 누나들이 입는 바틱을 보면 입는 사람에 따라 멋져 보이기도 하는 것이다. 바틱이라는 것이 원래 수공예로 무늬를 넣는 것이라 가격이 높기도 한 것이었는데 보통 인쇄로 나온 가격이 저렴한 것을 서민들이 입었다. 바틱은 이후 인도네시아 정부 차원에서 권장을 하여 금요일은 바틱을 입는 날로 정하기도 했다. 물론 강제 사항은 아니다. 권장 사항일 뿐이지만 회사의 모두 바틱을 입고 있는데 혼자 사복(?)을 입고 있으면 소외되는 감정을 느낄 수 있을 뿐이다. 외국인도 국가의 공식 석상에 가면 바틱을 입곤 했다. 한국 기업 대표가 대통령 표창을 받는 일도 있는데 그런 자리에 바틱을 입고 가기도 했다. 사족으로 말하자면 대통령과 기념 촬영을 하였는데 그 후 연락이 와서 소정의 금액을 지불하고 사진을 찾아가라고 했다는 것이었다. 굳이 찾아가고 싶지 않았으나 찝찝함이 남아 찾아왔다는 후일담이 있었다.

물론 이십 세기의 일이라는 것을 밝혀 둔다.

 

직장생활에서의 의복


바틱을 입지 않으면 회사에서는 보통 남자는 셔츠를 입는다. 웬만하면 넥타이는 하지 않았다. 동남아 국가는 넥타이가 비즈니스에서도 필수 사항은 아니었다. 물론 넥타이를 갖춰 입고 가도 문제 될 것은 혼자 뻘쭘하다는 기분 외에는 없었다.  이런 자리에 넥타이를 꼭 입고 오는 것은 일본인 출장자였다. 이 사람들에게 양복은 유니폼이었다. 같은 색상의 검은색 계열의 양복에 넥타이를 맨 보기만 해도 숨이 막히는 복장으로 오는 것이었다. 동남아에서 그런 복장은 하는 사람도 괴롭겠지만 보는 사람도 더운 것이다. 하여튼 넥타이의 착용 유무로 대충 해외에서 온 사람인지 동남아에 거주하는 사람인지 구분이 되는 경우도 있다. 


회사가 공장이라면 유니폼을 입는 경우가 있는데 처음에는 셔츠 위에 유니폼을 입다가 셔츠가 러닝으로 바뀌게 되는 것이다. 냉방시설이 없는 현장에 가다 보면 그렇게 되는 법이다. 한국 기업의 공장들은 유니폼을 입어도 상체만 입는 경우가 많은데 일본 기업의 공장에 가면 상하의를 유니폼으로 입고 모자까지 맞춰 쓰는 경우가 많았다. 일본 공장에 가서 그곳의 사장과 현장을 들어갔는데 사장을 본 종업원이 모자를 벗고 구십 도로 허리를 꺾어 인사를 하여 참 여러 가지를 시키는구나 하고 생각한 적이 있다. 한국 기업의 경우 현장에 누가 들어와도 절대 한눈팔지 않는 것을 규칙으로 하는 곳이 많았기 때문에 다른 느낌을 받았었다.


현지인들은 회사에 근무할 때 신발은 신고 다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는 주로 맨발로 다니거나 좀 장거리다 싶으면 우리가 흔히 쪼리라고 부르는 발가락을 끼는 슬리퍼를 신었다. 현지인들 집을 지나가면 집주인 남자가 흔히 상체는 탈의하고 하의는 사룽이라고 하는 천을 두르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머리에는 보통 검은색 테 없는 모자가 걸쳐져 있었다. 테가 없기 때문에 햇볕을 가리지는 못하는데 대통령이나 정부 각료들도 공식 사진에 쓰곤 하는 모자이다. 

 

히잡


현지에선 여성들이 머리에 히잡을 쓴 것을 많이 볼 수가 있다. 일단 히잡을 쓰는 것은 이슬람 신자라는 의미이다. 이슬람 신자라고 다 쓰는 것은 아니다. 강제 사항도 아니었다. 물론 집에서 부모가 강제할 수는 있을 것이다. 아주 어린아이들까지 쓰는 것을 보면 본인이 원해서 쓰는 것만은 아닐 것이다. 물론 히잡은 밖에서만 쓰지 집에서는 벗는다. 남들 있는 곳에서만 쓰는 것이다. 그리고 미장원에서도 물론 벗어야 한다. 한 번은 일하던 곳 근처의 미장원에 커트를 하러 갔는데 히잡을 쓰는 손님도 오기 때문에 시간을 정해 다시 와 달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도 있었다. 

그리고 집에서 일하던 가사 도우미도 밖에서는 히잡을 쓰고 다니고 집 안에서는 벗고 있었다. 나를 가족으로 여기는 것인지 남자로 보지 않는 것인지는 굳이 묻지 않았다.
이슬람 여성 신자들이 머리에 쓰는 종류가 많아 굳이 이름을 알지는 못하지만 그중 인도네시아의 히잡은 얼굴만 동그랗게 내놓는 형식이다. 가끔 어디 중동의 그것처럼 눈만 내놓는다면 더 매혹적이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겠지만 매혹적이게 보이지 않는 것이 포인트인 것이다. 그런데 히잡도 각가지 무늬와 색깔을 가지고 있는 것을 보면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기도 하고 모호한 일이다. 현지의 무슬림 여성들은 수영장에서도 히잡을 쓴다. 그리고 당연히 수영복도 손발 정도만 내놓는 형식이다. 현지의 공장이나 프랜차이즈 식당에서는 단체로 맞춘 히잡을 쓰기도 한다.

 

제복

현지에서 시민 복장이라 할 만한 면티에 쪼리 말고 다른 복장을 하는 경우를 볼 수 있다.
오토바이 운전자가 주로 그렇다. 현지인들은 오토바이를 타면 바람을 장시간 쐬기 때문에 감기에 걸린다고 생각하여 보온을 위해 점퍼나 스웨터를 즐겨 입는다.
그리고 공사 현장에서 일하는 작업자의 경우 털모자부터 털 옷까지 껴입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햇볕에 타는 것을 막기 위해서나 뭔가 그럴듯한 이유가 있겠으나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속이 타는 기분이 들지 않을 수 없다.
현지인에게는 제복을 동경하는 분위기도 있다. 군부나 경찰이 권력을 가지고 있어 그것에 대한 동경으로 제복을 입는 경우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운전기사나 집의 경비원도 제복을 입는 경우가 자주 있다. 선거기간 마을의 선거 포스터를 보면 항공 점퍼에 선글라스를 낀 모습으로 출마하는 자도 있다. 시골 마을의 건달이 지방 선거에 나왔나 보다고 오해(?)할 수 있는 모습이다. 회사나 단체의 모임에는 단체 티를 맞춰 입는 것을 즐겨한다. 

가끔 유명인처럼 한 가지 옷만 바꿔 가며 입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지 못하는 이유는 맘대로 입을 수 없는 자리가 있기 때문이다.

한 국가의 정상도 입기 싫어도 할 수 없이 어색한 옷을 입지 않았는가?

모아 둔 재산이 충분하여 남의 눈치 볼 일이 없으면 중국의 시민 복장인 러닝셔츠에 배를 까고 다닐지도 모를 일이다.

슬리퍼를 신어 좋은 점은 무좀이 잘 생기지 않는 것이다. 현지인들 사이에 무좀이 드문 이유일 것이다.

물론 현지인의 발가락은 사이가 벌어져 있다는 유전적 이유도 있다. 

현지에는 이전부터 의류제조업체가 많았다. 유명 브랜드의 의류를 오더 받아 생산하는 업체도 많다. 

그렇기에 현지에는 의류 아웃렛(Outlet) 매장이 많다. 저렴한 가격에 유명 브랜드 의류를 살 수 있으므로 한 번 방문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수출되는 품질 그대로인 경우가 많지만 잘 살펴보고 고르는 센스를 발휘하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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