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감옥
일전에 국내의 외국인용 감옥의 시설로 인해 논란이 되었던 일이 있었다. 범죄자인 외국인 죄수에게 과도하게 좋은 시설과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이었다. 세금을 내는 시민 입장에서는 내 세금이 그런 곳에 쓰인다 하면 아까운 기분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오늘은 외국인 전용 따위는 없는 인도네시아 교정시설과 그곳을 피하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겠다.
범죄를 저지르면 재판을 받고 감옥에 간다. 누구나 아는 이야기라 범죄를 저지르지 않으면 감옥에 갈 일이 없다는 것을 우리는 배우지 않고도 알 수 있다. 문제는 특정 행위가 범죄인지 아닌지 모호한 경우가 있단 것이다. 일단 살인이나 폭력, 향정신성 약품 같이 누가 봐도 범법 행위라는 것이 명확하여 우리가 범죄라고 인지 있는 행위가 있다. 경제와 관련된 부분으로 들어가면 헷갈리는 경우가 늘어난다. 사기라는 범죄로 들어가도 어디부터 범죄 행위인지 아리송해진다.
지금부터 하는 이야기는 실제 상황이 아닌 각색한 이야기임을 알려둔다.
인도네시아의 감옥에서 몇 년을 보낸 한국인이 있었다. 그 사람에게는 첫 직장이었다. 첫 직장을 외국에서 근무하게 되었으니 설레는 마음도 있었을 것이다. 인도네시아 말도 모르던 시절이었다. 말도 통하지 않는 외국의 감옥에서 지낸 사람의 입장을 생각하면 그가 받았을 고통이 상상이 되지 않았다. 어쨌든 처음부터 문제라면 현지에서도 오지에 속하는 곳에 근무하게 되었던 것이다. 현지어도 모르고 현지 경험도 없는 사람을 오지에 보낸 회사도 생각이 없는 편에 속한다 봐야겠다.
그 사람은 범법 행위라는 것을 추호도 모르고 회사에서 지시한 업무를 수행했다고 한다. 그를 변호하는 것은 아니지만 경험이 있는 사람도 알기 힘든 사항인데 현지에 이제 도착한 그가 알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건 현지법에 저촉되는 행위였고 현지 당국에 체포되었다. 그리고 재판을 받고 징역형을 선고받아 감옥으로 이송되었다. 구속한 경찰부터 검사, 판사에 이르기까지 이 사람의 나이와 입국한 시기를 봐서 선처하거나 실제 책임자를 찾을 생각은 아무도 하지 않았나 보았다.
여기서 한 가지 짚어 볼 사항이 있다.
인도네시아에 일하려면 근로 비자를 받아야 하는데 근무하는 곳의 직급을 지정해야 한다. 그런데 직급별 인원이 무한정이 아니기 때문에 실제 일하는 직급과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이 사람도 신입 사원이었지만 비자상의 직급은 부서장이었던 것이다. 어쨌든 이 사건과 관련된 공무원이 이 사람의 현황을 조금만 더 자세히 조사했으면 실제 책임자가 아니란 사실을 알 수도 있었겠지만 그런 수고를 하는 현지의 공무원은 없었다. 그리고 변호사도 전혀 도움을 주지 못했다.
물론 현지에도 실력이 있는 변호사가 있을 수 있다. 문제는 우리가 필요할 때 만날 수 없단 것이다.
수많은 변호사를 만난 소감을 말하자면 일단 모든 변호사가 자신감에 차 있다. 승소를 장담한다. 운영비를 요구한다. 재판에 진다. 거의 그런 패턴이었다. 현지 뉴스를 보면 누가 봐도 명백한 범죄를 저지른 정치인이나 고위 공무원의 자식이 무죄를 받는 경우가 발생해 논란을 일으킨다. 그런 경우도 변호사를 잘 썼다기보다는 재판과 관련된 공무원들이 알아서 처리했다고 보이는 것이다. 당사인인 본인도 그렇게 생각하고 변호사도 아무 문제없다는 경우에도 절대 방심하지 말아야 한다. 현지에서 외국인 신분으로 근무하던 사람도 변호사의 장담에 안심하고 있다가 1년을 넘게 살고 가석방으로 나왔다. 가석방도 규정이 당연히 있어 형기의 일정 기간 이상을 살았을 때 추진해 볼 수 있다. 감옥에 있는 동안 본사에서는 항소를 하자고 했지만 차라리 포기하고 변호사 비용을 포함한 비용을 출소 후에 위로금으로 달라고 한 사람도 있을 정도이니 현지의 재판 체계가 그 정도로 등골이 휘는 것이다.
외국인이 겪은 인도네시아 수감 생활의 이야기다.
일단 한 감방 안에 사람이 많다. 적어도 십 단위의 죄수들이 같이 생활한다. 그래서 식사나 여타의 행동을 같이 해야 한다. 돈이 많다고 특식을 시켜 혼자 먹을 수는 있지만 그런 짓을 하면 왕따를 당할 확률이 100%이기 때문에 웬만한 용기로 하기 힘든 일이다. 그리고 감방 안에서 담배도 피운다고 했다. 담배도 혼자만 피우면 왕따 직행이므로 나눠 피워야 했다. 그러니까 당신의 감방에 열명이 있고 당신 혼자 돈이 있다면 열 명을 다 먹여 살려야 하는 경우가 벌어지는 것이다. 당신을 제외한 일부 현지인 죄수들은 밥은 밥대로 특식도 먹고 담배도 피울 수 있고 심지어 휴대폰으로 할 거 다 할 수 있기에 어떻게 보면 감옥 밖의 생활과 별반 다르지 않고 더 편할 수도 있어 당신이 그곳에 오래 있기를 바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생활을 누리려면 비용이 꽤 든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실제로는 감옥 내의 시설은 열악하기 짝이 없으므로 현지인도 수감 생활을 견디지 못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하는 것이다. 현지 언론에 사형 선고를 받고 수감 중이던 외국인이 탈옥했다 잡힌 뉴스가 나온 적이 있다. 그는 그전에도 몇 번 탈옥한 경험이 있기에 인도네시아 감옥은 탈옥하기가 쉽구나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화장실 변기를 뚫고 나가는 것은 아무나 하기 힘든 일이란 걸 알아야겠다. 그리고 설령 탈옥한다고 해도 인도네시아는 섬나라인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수영으로 바다를 건너는 것이 생각보다 어려울 것이다. 탈옥범도 결국 하수구에 누워서 숨어 있다가 잡혔다. 인간적으로 동정을 느끼는 바이다.
현지에서 무슨 사건이 벌어졌을 때 대사관이나 영사관에 도움을 청하는 사람이 있다. 심지어 현지 세무서와 관련된 진정을 넣는 사람도 있다. 그만큼 대한민국 정부가 미덥기 때문이라 생각하자.
한국 정부의 기관들은 현지의 사법 체계나 소송 등의 문제에 관여하지 않는다. 아무리 억울해도 그쪽에서 해 줄 수 있는 일은 한계가 있는 것이다. 감방에서 부당한 일을 당하였다면 대사관 직원이 와서 상담을 하고 그것이 일리가 있다면 현지의 관련 부서에 항의를 할 수는 있을 것이다.
어쨌든 최우선의 과제는 감방에 가지 말아야 하고 그러려면 재판이나 소송에 연루되지 말아야 한다. 아래의 글을 읽고 일부분이나마 사건을 미연에 방지하도록 하자.
사인을 조심한다.
회사나 사회생활을 할 때 사인이든 결재이든 아무 생각 없이 하지 말아야 한다. 서류상 뭔가 찜찜하다는 느낌이 들거나 알 수 없는 전문 용어로 쓰인 서류라면 변호사에게 문의하거나 인사 담당자에게 문의해야 한다. 그래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특히 인사와 노동조합과 관련된 서류에는 사인을 안 하는 것이 답이다. 근로 비자를 받은 외국인은 원래 경영자가 아닌 이상 인사와 관련된 업무를 하지 못하게 되어 있다. 결재 문서뿐 아니라 회의록에 남긴 사인도 추후 재판의 증거물로 남을 수 있기에 조심해야 한다. 회사에서는 특히 노조와 관련된 사항은 서류나 개인의 의사 표시등은 여타의 방법으로든 의견을 피력하지 않는 것을 강력 추천한다. 반대로 현지인과 분쟁이 벌어졌는데 해결되었다면 서류에 해당 현지인의 사인을 받아 놓도록 한다. 합의서이든 각서이든 금전적이나 여타의 방법으로 합의했을 때 상대방의 사인을 받아 두어야 추후 다른 꼬투리를 잡지 못한다. 맺고 끊는 것이 명확하지 못한 상대에게는 서류를 들이미는 것이 중요하다. 사인을 받아 두는 것은 개인적으로 고용했던 고용인과도 필요한 일이다.
신구의 삼업을 조심한다.
불경에 보면 몸, 입, 마음으로 짓는 세 가지 업을 경계하라고 한다. 여기서 마음은 밖에서 보이지 않기 때문에 넘어가도 되겠다 생각하겠지만 마음이 그러하면 얼굴에서 티가 나기 때문에 마음을 다스리는 것도 중요하다 할 수 있다.
몸이 짓는 걸로 상대방에게 직접 영향력을 미치는 것은 말할 것도 없이 범법 행위이다. 그리고 위협하거나 상대방이 두려워하는 몸 짓도 조심해야 한다. 행동도 조심하여야 하는 것이 요즘에는 휴대폰으로 사진 촬영이 가능하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일례로 회사의 금연 구역에서 흡연을 한 한국인이 있으면 현지인들이 사진을 찍어 이후에 사용할 수도 있는 것이다. 만약 현지인이 흡연 규정을 어겨 인사 조치를 당한다 할 때 그 한국인의 사진을 내밀며 공정한 처리를 하라고 요구할 수 있으니 책잡힐 행동은 조심하여야 한다. 실제 그렇거나 아니더라도 한국인과 현지인이 국적에 따라 다른 대우를 받는 것이 아니라 직급이나 직책에 따른 대우가 다르다는 이미지를 보여 주어햐 한다.
다음에는 입, 그러니까 입에서 나오는 말로 짓는 업을 경계하여야 한다.
한류의 영향으로 현지에서도 K 드라마를 많이 시청하기에 웬만한 한국의 욕은 다 알아듣는다. 그리고 욕 자체가 억양이 강하기 때문에 욕을 하는지 칭찬을 하는지 대충 알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혼잣말로 욕을 하는 사람도 상대방에게 들리면 혼잣말인지 상대에게 했는지 구분이 모호하므로 항상 주의하도록 하자. 욕이 아니어도 종교, 정치, 민족과 같은 민감한 주제는 혼자만 생각하고 굳이 드러내지 않는 것이 좋다. 당신의 가치관을 전파한다고 해서 상대방의 공감을 사지도 못하는 괜한 허튼짓에 가까우니 정 하고 싶으면 친한 친구와 독방에 가서 하기를 권한다. 당신의 말이 입에서 나온 순간 어느 곳에 기록되어진다고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 좋다. 실제로 녹음되는 사례도 있으니 조심해서 나쁠 것은 없다.
물론 위에 이야기한 것은 현지인과의 관계가 좋으면 나쁜 쪽으로 흘러가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조심해서 손해 볼 것은 없으므로 특히 회사에서는 공적인 자리라고 인식을 하고 행동하는 것이 원치 않는 일을 피하는 방법이다. 한국에서도 우리는 억울한 일을 당한다. 외국에서는 특히 그런 일이 더욱 많이 발생할 수 있다. 문화의 차이나 언어의 장벽이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한국에서 세상 정정당당하게 남의 눈치 안 보고 살았어도 현지의 상황은 외국인인 우리가 조절하지 못하는 일들이 많다. 그리고 죄와 벌이란 것이 언제나 공평하게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 세상이다.
한국인 아줌마 둘이 현지에서 택시를 타면 기사 흉을 보는 경우가 가끔 있다.
이 여성들 편을 드는 것은 아니지만 정말 욕 나오게 하는 기사가 있는 것이다.
물론 한국어로 했지만 “이 자식 운전 참 더럽게 하네” 등등의 흉을 마음 놓고 하곤 했다.
그리고 두 사람이 한국에 같이 잠시 귀국해서 택시를 타고는 헷갈렸다.
욕 나오게 운전하는 기사가 있는 것은 세계 공용인 것이다.
현지에서와 같이 뒷 좌석에서 한국어로 기사 흉을 본 것이었다.
자세한 뒷 이야기는 듣지 못했지만 아줌마들은 무사히 인도네시아로 돌아왔다.
지금 있는 곳이 어디인지 인식하고 살자가 그 날의 교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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