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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donesia

홍수이야기- 자카르타

by coconut wood 2022. 6.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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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카르타의 홍수

 

장마철이 오면 우리나라도 홍수피해가 일어날 수 있다. 기후 이상으로 국지성 호우가 발생할 확률이 높아지고 있다고 한다.

해수면 상승도 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니 지금부터 수영이라도 배워야 하는 거 아닌지 모르겠다.


자카르타는 인도네시아의 수도이다. 인도네시아는 우기와 건기의 두 계절이 있다. 물론 건기에 비가 오지 않는 것은 아니다. 동식물이 살만큼 비는 오는 것이다. 자카르타 전체도 그렇지만 특히 북부 자카르타는 바다를 끼고 있고 배수 시설이 열악한 탓인지 매년 우기 때 더 심하게 홍수에 시달린다. 또 해수면의 상승으로 자카르타가 가라앉고 있다는 분석도 있어 정부는 수도 이전을 계획하고 있다. 우리가 보르네오라고 부르고 현지에서는 칼리만탄이라고 불리는 곳으로 이전한다고 한다. 칼리만탄 섬은 세계에서 3번째로 큰 섬이다. 자카르타가 있는 자와 섬과 비교할 때 개발이 거의 되어 있지 않은 곳이다. 예전부터 사람이 그리 많이 살지 않았기에 개발이 덜한 것이다. 사람이 많이 살지 않은 것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정부가 옮기고자 하는 이유가 이전하는 곳이 지진이나 홍수로부터 인도네시아에서 그나마 안전하다는 이유도 있다. 하지만 자연재해로부터 안전하다는 것이 거주에 있어 유일한 가치는 아닌 것이다. 어쨌든 남의 나라 정부의 결정을 말릴 생각은 추호도 없지만 자카르타가 물에 잠기기 전에 옮길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은 드는 것이 사실이다.

 

자카르타에는 매년 크고 작은 홍수가 일어났지만 아주 큰 홍수가 일어났을 때였다. 다행히 우리는 그 당시에 아파트에 살고 있어서 직접적인 피해는 입지 않았다. 여기서 직접적인 피해란 것은 집안으로 물이 들어차서 가전 기구나 가구들이 침수 피해를 당하는 것이다. 물만 들이차는 것이 아니라 배수시설의 용량 초과로 하수도에서 물이 역류를 했다. 영화 기생충에서 본 적이 있는 장면일 것이다. 물이 들이 찬다는 것은 정수 시설에서 여과된 깨끗한 생활용수가 아니라 시내 시궁창의 물까지 도시에 있는 온갖 더러운 물질이 섞인 물이 몰려든다는 이야기다. 같은 회사에 다니는 사람은 물에 뱀까지 쓸려 왔다고 했다. 이쯤 되면 악몽이 눈앞에 현실로 나타나는 것과 다름없다. 결벽증이 있는 사람은 기절할 정도이다. 실제로 회사 동료의 아내는 정신적으로 충격을 받아 오래 트라우마에 고통받았다고 했다. 우리나라 사람은 특히 신발도 집안에서 신지 않고 바닥도 손 걸레로 박박 문질러 닦아야 직성이 풀리고 가구에 먼지 한 톨도 용납하지 않는데 온갖 더러움을 담은 오물이 집 안을 휩쓸고 지나간다고 하면 상상하기도 싫은 일이다. 이 정도가 직접적인 피해가 되겠고 간접적인 피해란 차량의 침수나 도로망의 유실로 인한 갖가지 불편함 그리고 회사 직원들과 고용인들의 불 출석 정도가 있겠다. 인도네시아는 홍수 피해가 많아 이전에는 차량도 수동 변속기 차량을 선호했다. 자동 변속기에 비해 힘이 좋아 그나마 물에 잠긴 도로를 운행하는데 유리하단 이유였다. 듣자 하니 홍수가 끝나면 침수된 차량이 대량 중고차 시장에 풀린다고 한다. 현지에서 중고차를 살 때 중요 체크 포인트 되겠다.

 

다른 이야기이지만 인도네시아는 중고차 매매가 매우 활성화되어 있다. 중고차 시세도 신차와 비교할 때 괜찮아 인도네시아에는 차를 살 때 중고차 시장에서 인기 있는 차를 사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인도네시아에는 폐차의 개념이 아주 희박하다. 시내의 버스를 보면 싱가포르나 인근 나라에서 폐차 직전의 차를 수입한 것을 흔하게 볼 수 있다. 시골의 경우에는 그야말로 엔진에 바퀴만 달린 차들이 흔히 마을버스로 사용된다. 에어컨은 당연히 없고 계기판도 없는 차들이 수두룩한 것이다. 각설하고 도로가 침수가 되면 일단 통과할 수 있는 수준인지 가늠을 하고 차를 몰게 된다. 겁이 나는 것은 도로에 물이 차 있기 때문에 도로의 상황을 알 수 없다는 것이다. 평소에도 현지의 도로 사정은 좋지 않아 도로가 파손된 곳이 많은데 보이지 않는 도로 위에 무엇이 있을지 알 수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침수된 도로로 진입하면 절대 정지해서는 안되었다. 정지한 순간 차량은 멈추고 시동이 꺼지는 것이다. 막무가내로 침수된 지역을 벗어날 때까지 달려야 했다.

 

물에 잠긴 마을 버스의 운명은?

아파트라고 안심할 건 아닌 것이 아는 현지인 아줌마는 아파트에 살았는데 도로가 물에 완전히 잠겨 보름 동안 바깥 출입을 못하였다고 했다. 수돗물도 나오지 않아 보트를 타고 다니는 상인이 던져 주는 생수로 연명했다고 했다. 

홍수가 끝나면 끝난 대로 뒤처리도 산더미였다. 부실한 위생상태로 전염병이 돌기도 했다. 이래저래 서민들의 괴로움은 가중되었다. 회사의 운전기사는 집이 완전히 침수되어 어린 아들을 맡기러 데리고 왔다. 완전히 젖은 몸으로 오들오들 떨고 있는 어린아이를 보니 이대로 집에 놔뒀으면 저체온증으로 극단적인 일도 일어나겠구나 싶었다. 현지인들은 추위에 약해 오토바이를 타면서도 바람을 너무 맞으면 감기 든다고 두꺼운 옷을 입고 다니곤 할 정도였다. 운전기사야 아이를 맡길 집이라도 있었기에 망정이지 서민들은 이웃들도 다 같이 침수당했는데 어디서 몸을 말리고 따듯한 차 한잔 마시겠는가?

물론 모든 사람이 같은 고통을 겪진 않는다. 아는 현지인은 매년 홍수에 당하다 보니 홍수가 일어날 조짐이 보이자 바로 시내의 오성 급 호텔로 옮겨 홍수가 끝날 때까지 묵었다고 했다. 안다고 할 수 있는 일은 아니고 돈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돈과 시간이 허락하면 외국에 나가거나 국내에 홍수가 발생하지 않은 발리 같은 곳으로 가서 휴양을 하고 와도 될 일이다. 하지만 문제는 자카르타에 홍수가 심하게 나면 국제공항으로 가는 길이 먼저 침수된다는 것이었다. 자카르타에 하나 있는 국제공항으로 가는 길이 비가 심하게 오면 침수된다는 사실을 믿지 못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직접 경험한 일이었다. 심지어 침수된 도로에 차가 시동이 꺼져 멈춰 서자 그 차량을 밀어주는 아르바이트 하는 청년들도 있었다. 우리는 그 시기에 고의는 아니었지만 타이밍을 기가 막히게 맞춰 놀러 온 친구들을 마중하러 할 수 없이 공항에 가는 중이었다. 

어쨌든 일종의 수동(사람이 밀어 가는 차량이야 말로 수동이 아닌가?)으로 공항에 도착할 때까지 우리는 차 안에서 놀고 있었던 것이 아니라 차 안에 차오르는 물을 퍼서 밖으로 버려야 했다. 어쨌든 공항에 도착하니 계속 입국만 하지 공항 밖으로 나가지는 못해 세계인으로 가득 찬 공항 건물에서 쪼그리고 앉아 있는 친구들의 열정적인 환영을 받았다. 핸드폰이 나오기 전의 일이었다. 핸드폰만 있었어도 전화로 다시 그 비행기를 타고 한국으로 귀국하라고 했을 텐데 아쉬운 일이었다. 어쨌든 공항으로 가는 도로는 지금은 개선을 하여 예전과 같이 심하게 침수되지는 않는다.

 

위에 말한 보트 상인이나 차량 밀어주기 등 홍수 때 아르바이트는 아니지만 인도네시아는 이전에 비가 오면 쇼핑몰 정문에 있다가 우산을 빌려주는 아르바이트도 있었다. 보통 어린 소년들이 하는 아르바이트였는데 자신의 우산을 빌려주고 자신은 비를 쫄딱 맞으며 따라오는 우리는 상상하기 힘든 아르바이트였다. 지금은 없어졌을 것이라 믿고 싶다.

 

아직 비가 부슬부슬 오는데 홍수가 끝난 건지 아닌지 아리송한 날에 도로의 시궁창에서(강이나 시내 혹은 청계천 그런 곳이 아니다) 낚시를 드리우고 있는 남자들을 보았다.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 저 인간은 무엇을 낚으려는 것인가? "

" 무엇을 낚는다면 그것을 먹을 것인가? "

 

홍수 피해가 유난히 많은 지역이 있다. 북부 자카르타의 어느 지역이었다. 그곳은 화교들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이기도 했다. 매년 홍수가 나는데도 왜 그 지역에 사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어느 날 한 화교가 그 이유를 알려 주었다.

풍수지리적으로 봤을 때 그 지역이 용이 누워 있는 형상인데 그중에서도 용의 눈에 해당하는 장소라고 했다.

화룡점정이라는 말이 있지만 그것과 별 관계가 없을 듯한데 풍수로 봤을 때 복이 많은 지역인데 매년 침수 피해를 겪게 되면 그것이 진정 복인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어디에 가치를 두는지에 따라 인간의 행동 방식이 정해지는 것이다.

 

홍수가 끝나고 수돗물이 다시 나오면 깨끗한 물이 얼마나 소중한 자원임을 다시 깨닫게 된다. 맑은 물로 씻고 빨래하는 것이 평소에는 귀찮은 일 일수 있지만 상황에 따라 특권이 될 수도 있다. 우리는 지구에 사는 인간으로서 그 특권이 모든 인류에게 주어지도록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주민들의 박수를 받으며 침수지역에서 개선(?)하는 마을 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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