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indonesia

인도네시아에서 보낸 크리스마스

by coconut wood 2022. 12. 21.
728x90

요새는 크리스마스라는 말을 공식적으로 잘 쓰지 않는다.

하지만 인도네시아에서는 크리스마스라고 했기에 그냥 쓰겠다. 홀리데이라는 말을 쓰는 의미는 이해하나 어차피 12월 25일은 특정 인물의 탄생을 기리는 날이기에 우리가 뭐라 불러도 본질은 그것일 수밖에 없다. 

인도네시아는 이슬람 교인이 인구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기에 크리스마스는 찾아보기 어렵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그렇지 않다. 교회가 카페보다 더 많다고 하는 우리나라보다 더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잡는다.

특히 쇼핑몰이나 백화점, 호텔 등 소비자가 몰리는 곳은 12월부터 트리며 각종 장식들을 화려하게 데코레이션 한다.

규모나 화려함이 눈을 사로잡게 만드는 곳이 상당히 많은 것이다. 캐롤로 신나게 울려 퍼진다.

어떨 땐 너무 심하게 하는게 아닌가 할 정도로 꾸미는 곳도 많다.

보통 카페나 레스토랑에 가도 아래의 사진 정도는 꾸미는 것이다.

인도네시아 식당의 크리스마스 장식

물론 이런 장식들은 거의 크리스마스 특수를 노린 상술이기도 하다. 이슬람이 메인 종교인 곳도 다름없는 것이다.
번영로의 시 논개에  거룩한 분노는 종교보다도 깊고 라는 구절이 있다.
거룩한 자본주의는 종교보다 깊다. 

크리스마스는 휴일이기 때문에 외식을 하곤 했다. 호텔의 레스토랑에 가면 보통의 메뉴는 하지 않고 크리스마스 한정 특선 메뉴를 내놓는다. 메뉴는 딱히 특별할 것 없지만 가격은 특별히 비쌌다. 이런 날은 그냥 한식당이나 일식당에 가는 게 나을 수도 있다. 하지만 보통의 XX 염색체를 가진 인류는 좋아하지 않을 수 있다. 맛이나 가격보다는 분위기인 것이다.

1차로 레스토랑에 가서 분위기를 만끽하고 2차로 한식당에서 전골에 소주로 미각을 되살리는 방법도 있겠다.

 

인도네시아에 살 때는 아열대 기후에 크리스마스는 어울리지 않는다 생각했었다.

크리스마스 하면 화이트 크리스마스인 것이다. 눈이란 것도 안 본 지 십수 년이 넘어가면 괜히 그리워진다.

사실 눈은 따듯한 곳에서 창을 통해 보는 것이 가장 포근한 법이다.

날도 추운데 길거리에 눈까지 쌓여 통행에 지장을 주게 되면 정신 건강에 좋을리가 없다.

그러고 보면 크리스마스와 눈을 연결 짓는 것은 12월이 겨울인 나라의 이미지인 것이다.

애당초 중동의 베들레헴에 눈 따위가 있었을 리가 없는 것이다.

어쨌든 인간의 이미지는 어릴 적의 기억에 의해 좌우되는 것일 수 있다.

추운 날씨에 크리스마스를 지낸 사람에게는 크리스마스와 추위를 연결 지어 생각할 수밖에 없다.

 

어디에서 맞이하건 크리스마스가 기다려지게 되는 것은 아마도 그 날은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할 확률이 크기 때문일 것이다. 가족이든 친구든 좋은 사람을 만나 즐기는 것 그것이 인생에 있어 가장 행복한 일 중 하나가 아닌가.

금번 크리스마스에도 전쟁을 겪는 사람도 있고 혼자 외로움에 떠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단 하루라도 모두가 행복한 휴일을 맞으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을 우리는 안다.

다만 그 날이 그 전날보다는 조금은 더 행복한 날이길 기원해 본다.

 

금년에는 크리스마스 선물로 로또나 하나 사야겠다. 

 

 

 

 

 

 
 
 
728x9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