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단식월(라마단)
알만한 사람은 다 알겠지만 이슬람을 믿는 무슬림들은 거의 한 달을 단식을 한다.
보통 해가 뜨는 시간부터 해가 지는 시간까지 물을 포함 아무것도 입에 넣지 않는다. 공기는 마신다.
담배도 피면 안 된다. 그리고 성적인 행동을 해도 안된다.
남들 보는 해가 떠 있는 동안 그런 행동을 하는 사람이 있을까 싶겠지만
그 기간에 집에서 부부가 성행위를 했다고 고발한 이웃사람도 있단다.
남의 집을 왜 들여다 보았는지 자체가 심히 의심스러운 이야기다.
심지어 침도 삼키지 않고 뱉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지저분한 느낌이 드는 건 나만 그런가.
어쨌든 단식월은 성스럽게 보내야 하는 기간이다. 화를 내는 것도 옳지 않은 행동인 것이다.
단식 시간은 친절하게 방송에서 알려주기 때문에 단식시간을 잘못 계산하는 일은 거의 없다.
단식을 왜 하는지는 알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 않아 다루지 않음을 양해 바란다.
인니에서 겪은 단식 이모저모
공장에서 단식월이 되면 인사총무에서는 사무실이나 현장의 생수통 디스펜서를 보자기 같은 걸로 씌운다.
단식기간에 물을 보면 공수병 같은게 도지는 게 아니라 목이 더 마를까 봐 배려 차원에서 가리는 것이다.
비단 공장뿐 아니라 길거리의 식당에서도 창문에 커텐을 쳐 음식이 안 보이게 가리기도 한다.
그렇다고 공장내 구내식당을 아예 닫지는 않는다.
우리 같은 신심이 없는 인간은 단식월이든간에 일단 먹어야 한다.
그리고 무슬림들도 단식기간에 단식을 면하게 하는 예외 규정이 있다고 한다.
몸이 아프거나 여행중이거나 여성의 생리기간에는 음식물 섭취를 봐준다고 한다.
그런 예외 규정으로 음식물 섭취한 사람은 다른 날짜에 그만큼 추가 단식을 한다고 한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말이 여기 적합한지 모르겠지만 넘어가자.
그래서 단식일 첫날에는 구내 식당이 텅 비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참고로 구내 식당이 있는 공장은 그나마 복지가 잘되어 있는 편이다.
그런 시설이나 장소가 없는 공장은 공장 옆 인도에 목가적으로 땅바닥에 앉아서 먹곤 하는 것이다.
단식에 대한 예외 규정이 있어도 첫날부터 음식물 섭취하는 용감한 사람은 거의 없다.
무슬림이 아닌 기독교인들은 물론 정상적으로 먹는다.
그리고 며칠 지나면 슬슬 식당에 사람이 늘어난다.
상식적으로 한달에 아픈 사람이 얼마나 많을 것이며 여성의 생리기간도 따져보면 늘어나는 것이 당연하다.
물은 대놓고 안마셔도 기사 휴게소에 가보면 담배 피우는 기사는 많더라.
물은 참아도 담배는 못참는 눈물겨운 중독 증상이다.
한국인 관리자에겐 그래도 아침에 출근하면 물도 가져다주고 커피도 가져다주었는데
아무것도 마시지 않는 직원들을 보면 목에 메이는 기분이 들어 더 마시게 된다.
점심을 거의 먹지 않으니 점심시간을 반으로 줄이는 경우가 대다수다.
그리고 그 시간만큼 일찍 퇴근하는 것이다.
단식월에는 그래서 회식이 많다. 우리의 소주를 부어라 마셔라 하는 회식이 아니라 무슬림들이 단식을 오늘 하루도 잘 마쳤구나 하는 자축하는 개념의 회식인 것이다. 그래서 단식월이 되면 식당엔 낮손님은 줄어도 저녁손님은 엄청 늘어난다.
하루는 아니고 아침 6시부터 저녁 6시까지 단식하는 것이니 이 시간대에 식당은 미어터진다.
단식월 특별 메뉴도 이때 나오는 것이다. 저녁을 먹고 내일 아침 단식이 되기 전 새벽에 미리 밥을 먹는다.
그리고 저녁과 다음날 새벽사이에 또 먹기도 한다. 하루 3끼를 채우겠다는 심정이 눈물 난다.
공장에서 있었던 일이다.
어느 한국인 관리자가 자신의 팀원들을 데리고 회식을 하였다.
회사에서도 어느 정도까지 회식은 비용을 대주었던 시절이었다.
그런데 비용이 어마어마하게 나왔다. 평소의 몇 배가 나온 것이다.
현지인 팀원들이 음식을 일인분씩 시킨 것이 아니고 몇 인분씩 시키고 남은 걸 싸간 것이다.
관리자는 회사의 관리부장에게 한소리 들었지만 뭐 어쩌겠나 먹자고 한 일인데.
고달픈 하루 일을 끝내고 우리는 식당에 가서 술을 마신다.
하지만 단식월에는 대도시에도 업소에서 술을 팔면 안 된다는 규정을 시행하는 곳이 있다.
어느 정도 규모 이상의 호텔에서는 위의 그 예외 규정이 적용되어 팔기도 하지만
그런 호텔에서 술을 퍼마시기엔 너무나 비싼 것이다.
일식당을 가서 맥주를 시켰더니 맥주잔이 아니라 도자기잔에 맥주를 담아 주었다.
단식 기간에는 그 일식당에서는 맥주가 아니라 재패니스 티라고 불렀다.
한식당에는 소주를 시키면 주전자에 담아 주었다. 참으로 운치 있는 일이다.
가끔씩 공무원들이 단속을 나오는데 그들이 다 단속하기에 업소는 너무 많다.
그날 돌아야 할 곳이 많기에 그들의 소기의 목적만 달성되면 급히 가야 했다.
그리고 업소의 영업 종료시간도 평소보다 짧아진다. 잘 알아보고 대처해야 한다.
단식월엔 퇴근 시간의 도로가 평소보다 더 미어터진다. 물론 도시의 경우이다.
하루의 단식을 마치고 집이든 식당이든 빨리 가서 먹어야 하기 때문에 마음이 급한 것이다.
단식월엔 그래서 평소처럼 저녁 약속을 잡으면 시간 여유를 충분히 두고 가야 했다.
뭐 어디서나 막히기 때문에 늦어도 다 같이 늦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다.
일 년에 한 번 단식월이 되면 사회 자체의 리듬이 바뀌는 것이라 큰일은 큰일이다.
한때 무슬림 중 직장을 다니지 않거나 시간을 마음대로 쓰는 사람이라면
낮에 자고 밤에 활동하면 단식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면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식이 주는 의미가 밥을 먹지 못하는 사람의 고통을 이해하기 위한 것이라는 말도 있으니
결국 그런 행동은 의미가 없을 것이다. 고통을 느끼고 극복해야 하는 취지인 것이다.
어쨌든 단식월엔 밤에 몰아 먹기 때문에 소화불량을 겪는 사람도 많을 터이다.
그렇게 단식월을 마치면 인니 최대 명절인 르바란이 온다. 길면 보름까지도 휴가 기간이 주어졌지만
지금은 아마 일주일 정도일 것이다.
우리 추석처럼 귀향해야 하므로 인니의 교통편을 보면 보름도 모자란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어쨌든 단식이 끝나면 보너스도 보통 이때 받고 고향에 가기 때문에 고진감래일 수 있다.
아는 현지인중에는 가사도우미가 이 기간 동안 귀향한다는 핑계로 이 기간동안 호텔로 숙소를 옮기는 이도 있었다.
참 돈 많아야 사는 것이 편한 법이다. 부럽다.
간단히 인니의 단식월에 대해 두서없이 떠들었다.
참, 단식월 끝나고 르바란 기간에는 교통편이 없는 경우가 많으니 이 기간의 여행은 잘 알아보고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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